월드컵

[한국 대 가나] 관전평. 후기 < 제 ➀편 > 공격

카르페디엠kang 2022. 11. 30. 18:54

아쉽다. 너무 아쉽다.

1차전은 상대를 압도하고도 마무리 세밀함 부족으로 비기고 2차전은 종료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밀어부쳤으나 결국 한골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90분 내내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이 뛰면서 항상 결실은 없고 골은 쉽게 내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공격: 황인범 의존도가 너무 심하다

황인범에 관한 본인의 이전 글

나는 황인범을 좋아한다. 허나 월드컵 본선에 먹히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벤투는 이강인을 외면하면서 항상 특정선수에 전술을 맞출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4년간 벤투의 축구를 자세히 돌아보면 내용상 황인범 한명에게 전술을 맞춘 거나 다름없다. 벤투는 그냥 이강인이 싫었던 거다. 수비가 안되는 한국은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인데 뒤를 좀 포기하더라도 이강인 중심으로 4년을 단련했으면 지금은 어떤 팀이었을 지 상상도 안 간다.

4년간, 그리고 예선 두경기까지 변화없이 황인범에게 공수의 핵심을 맡기다 보니 상대에게 전술은 고스란히 노출되고 대응책을 손쉽게 만들어 줬고, 황인범이 부진하면 한국팀 전체도 무너지게 되었다.

형식적으로 수미이면서 공격의 시발점과 링커도 맡고, 플레이메이커면서 수비시에는 정우영을 도와 내용상 투볼란치 역할까지 해야 했다. 공수양쪽을 힘들게 오가다보니 경기 내내 부하가 걸리고 공수 양쪽 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만 얻었다. 경기 종료 직전마다 종아리에 근육경련이 오는 건 체력 때문만은 아니다.

전성기 박지성이라면 공수전체를 커버하겠지만 황인범은 박지성이 아니다. 아니 축구사 전체를 봐도 공수전체에서 경기내용을 지배했던 선수는 호벤시절과 06월드컵 아시아 예선 박지성 말고는 없다. 공격에서 경기내용을 늘 지배하는 메시와 함께 박지성을 제일 좋아하는 이유다.

이제 황인범을 놓아주자. 정우영 원볼란치에 이재성+이강인 조합으로 공격적으로 나가는 게 더 바람직 해보인다. 굳이 황인범을 쓰고 싶다면 수비든, 공격이든 한 쪽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3차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공수안정을 위해 이전대로 황인범을 중용하면 지지 않을 순 있겠지만 이기기는 어렵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어야 한다. 한국 축구 수준으론 둘 다 가질 순 없다. 4년 내내, 예선 2경기까지도 기회비용을 만들지 않으려는 벤투의 습성 때문에 한국축구는 고착화되었다. 한국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수비하는 시간을 줄여야 이길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공격: 무기력한 양쪽 윙어

손흥민의 미래를 점쳤던 대화 짤

나는 손흥민도 좋아한다. 12년전, 데뷔 전 유소년때부터 영상 찾아보고 충격 먹고 팬이 된 뒤로 10년 넘게 거의 모든 경기를 라이브로 지켜봤다. 부족한 점은 냉철하게 분석하고 선수의 성장을 위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게 진정한 팬의 자세라고 본다. 4년마다 축구 보거나, 손흥민 경기만을 보는 팬들.. 거의 모든 한국인들은 손흥민 경기 내용이 어떻든 무한찬양을 해대는데 선수의 장래를 생각하면 악플러를 욕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손흥민은 슈팅부분에 한정해서만 goat ( The Greatest Of All Time , 어떤 분야의 역사상 최고 인물. 주로 축구에서 자주 쓰임) 논쟁에 낄 수 있지, 종합적 기량을 따지면 엄밀히 말해 goat를 논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인종차별과 동양인 무시도 한 몫 하겠지만 무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해도 월클 논쟁이 끊이지 않는 건 바로 이 이유가 크다.

득점과 경기결과를 지배하는 선수지, 내용을 지배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어서 골이 없으면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미미하다.

예전 월드컵 예선과 평가전에서 열경기 가까이 골이 나오지 않아 팬들도 비난하고 기자들이 공격적인 슈팅을 해야한다고 수차례 기사를 쏟아내자 손흥민도 절치부심. 손흥민 존이 아니어도, 거리가 좀 있어도 공격적으로 슈팅을 때리기 시작한 적이 있다.

자신감이 올라서자 머지 않아 득점을 기록했고 최종예선 막바지엔 컨디션이 본 궤도에 오르고 마지막 평가전에서는 연이어 프리킥 득점까지 했다.

슈팅이 모든 것인 선수라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섬세한 볼터치와 임팩트에 있어 아마 엄청난 불편을 겪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상 이전에도 수비,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패스 연계, 킬패스와 어시스트 등 경기 내용에 영향을 주는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으므로 자신이 해야할 것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손흥민의 전매특허 아크서클 부근 양발 인프런트 감아차기
거의 모든 선수들은 저 스윙이면 아웃프런트로 바깥쪽으로 휘어진다. 손흥민은 인프런트가 몸에 너무 박혀있어서 저 스윙에도 인프런트가 내재돼 결국 발등 깊숙히 맞아 무회전 킥이 되어 버렸다. 인프런트는 손흥민 존이 아니면 어렵다. 중장거리에서도 발등 깊숙히 맞든, 아웃프런트든 무리해서라도 기회가 오면 때려야 한다.

그건 바로 슈팅이다. 부친의 지도아래 수년간 위 사진처럼 손흥민 존에서 감아차기 인프런트 슈팅에 매진하다 보니 몸에 배여버려 근력과 발목 힘이 상당함에도 더 먼 곳에서 슈팅을 잘 시도하지 않는다. 문전에서 타이밍을 뺏는 토킥이나 아웃프런트 슈팅은 연습과 경험이 너무나 없어 바로 시도는 힘들겠지만 중거리 아웃프런트 슈팅은 좀 무리를 하면 손흥민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슈팅 방법, 손흥민의 장단점 등은 이후 글에서 자세히 서술하겠다 )

결정적인 찬스가 아니더라도, 손흥민 존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공간이 보인다 싶으면 중거리 슛을 때려야 한다. 운이 좋으면 골이 될 수도 있고, 맞고 나오는 리바운드를 노려 다른 선수가 재차 슈팅할 수도 있고 쳐진 대표팀 분위기에 활력도 넣을 수 있다.

팬도, 동료들도 다른 걸 바라지 않는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로 3차전엔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 끊임없이 배우고 학습하는 선수라 앞선 두 경기를 발판 삼아 3차전에선 분명히 임팩트를 보여 주리라 믿는다.

( 사족: 주장을 해봐야 경기 중에 심판에게 어필이 유리하다는 거 하나 뿐인데, 프리미어 리그의 케인만 봐도 유명선수들은 주장이 아닌데 어필해도 심판이 잘 받아준다. 주장의 무게, 뭔가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여러모로 선수를 압박하게 만드니, 부담감을 줄이고 자유롭게 슈팅하게 만들기 위해 주장을 김민재에게 넘기는 게 훨씬 나을 듯 하다. )

반대편 윙어를 보자. 한국팀은 중앙공격할 수준이 안되는 팀이라 할 수없이 양쪽 윙어의 측면 돌파에 의존해야 한다. 손흥민은 밀착마크에 뒷공간 차단당할 확률이 높으므로 남은 한 쪽의 활약이 대단히 중요한데 1차전 때 선방한 나상호를 왜 안 썼는지 상당히 의문이다.

권창훈은 18월드컵 직전만 해도 손흥민을 넘어선 대표팀 핵심이었는데 불의의 부상을 당해서 그 해 아시안게임 군면제, 월드컵 활약으로 눈도장. 축구인생 두 번의 핵심찬스를 다 날려버리고 이후 기량이 많이 쇠락하였으나 절치부심해서 다시 승선한 선수다.

측면돌파나 크로스에 최적화된 선수가 아니라 변칙적인 드리블이나 2대1패스로 중앙으로 접고 들어가는 걸 즐기는 선수다. 차라리 권창훈을 빼고 중앙에 세웠던 작은 정우영을 윙어로 돌렸어야 했다. 간결하게 패스 주고 받는 것도 잘하지만 직선적 움직임도 좋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작은 정우영은 소속팀 경기를 보면 작두 탈 때는 전성기 박지성이 보일 정도로 공수 양쪽을 지배하며 한국 공격수중 전방압박과 스틸을 가장 잘하는 선수다. 이강인,이재성을 안 넣고 황인범 중용에 작은 정우영, 권창훈을 쓴 거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벤투가 가나 공격력에 겁을 먹어 공격에 우선점을  둔 게 아니라 공수안정성에 비중을 두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지지 않는게 아니라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기에 벤투의 선택이 너무 아쉽다.


공격: 김민재의 빌드업과 전진능력을 못 받쳐주는 한국팀

빌드업이란 골을 넣기 위해 만들어가는 일련의 공격전개방식을 말하는 것이므로 정의에 국한하면 모든 공격방식을 통칭해야 함이 옳으나 통상적으로 상대의 전방 압박에도 불구하고 골키퍼나 최후방수비부터 롱볼로 바로 걷어내는 게 아니라 잘게잘게 패스를 주고 받아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방식을 말한다. 고로 문제시되는 빌드업은 더 엄밀히 따지면 후방빌드업을 지칭한다. 한국팀 수준에 전방 빌드업도 역습당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능한 자제해야 되지만 상대의 예상을 깨고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서 골문에 도달할 수 있다면 전방 빌드업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김민재는 키도크고 힘도 좋고 빠르고 패스도 정확하며 판단도 빨라 볼처리와 커팅도 간결하고 신속하다. 한 선수가 이 모든 걸 다 가지기는 불가능에 가까운데 김민재는 다 가졌다. 그래서 괴물이라 불리며 현존 센터백에서 가장 핫한 선수로 다수의 유명 빅클럽의 표적인 상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장기가 있으니 소속팀에선 상대 압박이 없다 싶으면 상대 골문까지 직접 드리블로 침투하는 걸 경기당 꼭 한두번씩은 해낸다.

가나전에선 팀이 수세에 물렸을 때 장면 전환을 위해 수시로 올라가는 시도를 했었는데 2대1을 받아주려는 선수도 없고 오프더볼 움직임으로 수비를 끌어서 공간을 벌려주려는 동료들의 노력도 없다보니 조금만 올라가다 별 소득없이 내려오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공격진이 전멸하고 중원은 수비하느라 여력이 없고 김민재의 변칙도 시작조차 하지 못하니 고립된 조규성만 진이 빠지도록 뛰어다니다 결국은 결실을 보긴 했다. 만회골과 이후 한국의 선전은 전적으로 이강인의 근성과 택배크로스 때문에 시작되었다. 이전 글에서도 가나전의 혈투, 대량득점과 한 팀의 대패를 예상했는데 이강인의 투입이 없었다면 한국은 분명히 대패했을 것이다.


< 2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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