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서>
모든 것을 다 가진 k-괴물 김민재이지만 단 하나 약점이 있다. 바로 공중볼 싸움이다.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로 넘어가기 전 프로통산 헤더골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 희한한 게 나폴리 가서는 1년도 안 됐는데 헤더는 벌써 두 골이다. ^^; ) 이탈리아에서도 튀르키예에 이어서 도장깨기를 이어가고 있으나 몇 번의 실점 장면에서 노출된 약점이 바로 공중볼 처리다.
김민재가 점프했으나 공을 못 건드리고 흘리는 바람에 혼전상태에서 가나가 슈팅, 손쉽게 골을 넣고 만다. 나폴리에서도 점프후 헤딩 클리어에 실패하거나 점프 타이밍을 못 잡아 서서 헤더골을 내주는 장면이 종종 있었다.
김민재의 짝으로 벤투는 4년 내내 김영권(한국나이 33세)을 고정시켰다. 김민재를 제외하면 한국선수 중에 센터백으로는 실력으로 보나 경험으로 보나 김영권이 당연한 게 맞다. 허나 이 법칙은 아시아 예선 말미와 평가전에 돌입하면서 이미 서서히 깨지고 있었다.
김민재가 있을 때도 기동력이 떨어지더니 국내파들로만 구성된 평가전에선 노쇠화를 못 이기고 어김없이 실점에 관여하는 것이다. 서브 권경원과 박지수( 직전 평가전에서 아웃)도 실력이나 나이면에서 크게 나은 게 없다.
아시아 예선&평가전은 월드컵 본선과는 천지차이다. 피지컬적으로, 기량면으로도 괴물같은 공격수들을 방어해야 하는 자리다. 주전의 노쇠화가 감지되었으면 시간이 있을 때 4명 중 최소 한명이라도 젊고 빠르고 힘좋은 센터백을 찾는 시도라도 해 봤어야 한다. 정말 사력을 다해도 못 찾겠다면, 어차피 발 밑으로는 김민재가 두 명 분을 하고 심지어 중앙선까지 나가서 커팅도 다 해내니까 김민재의 지휘를 받아 마크하고, 김민재의 약점인 공중볼을 도맡아 처리할 수 있는 젊은 선수만 찾았어도 가나전같은 참사는 없었을 거다.
개인기가 좋은 아이유가 공을 잡는데 권창훈과 김문환이 측면 수비를 전담하든지, 사진같은 장면이 나올 때는 황인범이 붙는다든지, 사전에 약속이 안되어서 서로 미루다 커버가 늦었다. 커버가 늦다보니 아이유가 아무런 방해없이 기가 막힌 크로스를 올렸다. 그럼에도 공격수를 싸고 있는 두 수비수 김영권과 김진수는 위치는 고사하고 방해의 목적인 점프조차 못한다.
90분 내내 잘 싸우고도 공중볼 2개 클리어 하나 제대로 못해 패한 거나 마찬가지다. 헤딩 잘하는 젊은 수비수 하나만 있었어도 해결되었을 문제다. 벤투의 선수선발 경직성이 핵심원인이다.
수비: 센터백은 나왔는데 수준급 풀백은 대체 언제
현대축구의 핵심은 양 풀백( 스리백에서는 윙백)이다. 하키미의 모로코가 깜짝 선전을 이어가고, 미들과 수비진에 인재가 넘치는 우승후보 스페인이 젊은 재능이 넘쳐나는데도 조르디 알바( 한국나이 34)를 주전으로 쓰는 건 우연이 아니다.
현대축구는 수비전술의 최첨단화로 이미 크랙은 씨가 말랐으며 9번도 점점 멸종되어 가고 있다. 노동강도가 3d업종인 풀백은 항상 기근이었으며 수준급 풀백을 갖춘 프로팀과 국대팀은 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한국도 타국과 다르지 않아 수준급 풀백은 국대 역사 전체를 봐도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02 월드컵 송종국(윙백)이 대단하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김진수, 홍철, 김문환.. 한국에서는 분명 독보적인 선수들인데 대체 몇년동안 그대로인지 모르겠다. 공격,수비 양쪽에서 어차피 실수가 많을거면 힘 좋고 빠른 선수를 하나는 키웠어야 했다.
두번째 실점장면에서 김진수가 점프방해를 못 한 건 아쉽지만 크로스가 너무 좋았고 키작은 풀백이 머리를 들이밀기는 쉽지 않다. 김영권이 자리를 빨리 잡고 점프방해를 했어야 했다.
세 번째 실점장면에서도 측면 크로스가 바로 넘어왔으면 막기가 수월했겠지만 앞에서 10번 아이유가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았다. 많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해는 가는 수비실책이었다.
문제는 공격장면이다. 조규성이나 손흥민, 이강인에게 가야할 공격찬스가 김진수에게 대체 몇 번을 갔는지 모르겠다. 결정적 슈팅 찬스가 최소 3번은 온 거 같고 노마크 크로스 찬스까지 합치면 최소 대여섯번은 온 거 같다. 골은 운이 따라야 하겠지만 국대 축구 선수라면 최소한 위협적인 유효슈팅 하나는 나왔어야 했는데 전부 골대를 넘기거나 어이없이 빗맞아 옆으로 흘렀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의 나갈 뻔한 공은 공격수 위치도 못 보고, 살리는 데 급급해서 겨우 올렸는데 그건 어시스트가 되었다. 크로스도 나쁘진 않았지만 조규성의 타점 높은 파워헤더가 방점이었다.
정말 열심히 뛴 건 알지만, 퀄리티 있는 슈팅 한방, 추가 크로스 하나가 너무 아쉬웠다.
김문환도 3번째 실점 장면을 보면 공을 잡은 선수를 막고 있는데 상대 선수의 오버래핑이 시작된다. 다가오는 정우영이 마킹 체인지를 지시하고 소리를 들었으면 화살표 방향의 선수를 일찍 따라가면 크로스를 막을 수 있었다. 현장 열기 땜에 소리를 못 들었다면 미리 주변을 살펴서 덜 위험한, 공을 가진 선수는 다가오는 정우영에게 맡기고 자신은 알아서 화살표 진행 방향의 선수를 마킹 체인지해서 따라갔어야 했다.
2번째, 3번째 실점은 마크를 뚫고도 올라오는 크로스는 어쩔 수 없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크로스였다는 점에서 수비 실책이 너무 뼈아프다.
양 풀백 모두 사력을 다해 뛴 건 알지만 공격의 퀄리티와 수비실책이 너무 아쉽다.
벤투: 파격적인 선발
놀랠 노자다.
4년간 빌드업에 매달리고 선수선발, 전술에 있어 고도의 경직성을 보인 벤투가 무려 3명이나 선발을 교체했다. 아마도 우루과이전의 선전에 고무된 듯 보였다.
호기로운 출발과 뻔한 예상을 깨고 가나의 뒤통수를 깬 것은 좋았으나 거기까지였다. 전방 압박에만 그치고 볼이 순조롭게 돌지 않아 공격은 난맥상이었고 전반에만 황당하게 두골이나 먹었다.
1차전처럼 선방한 나상호를 쓰든지, 정우영을 측면에 두어 윙어의 스피드를 살렸어야 했다. 준수한 기량의 중앙지향적인 권창훈을 힘도 못쓰는 윙어에 배치해 패배의 원흉으로 만들어 버렸다.
헤더로 날아다닌 조규성의 분전이 아니었으면 벤투는 차범근에 이어 중도경질의 역사를 이어갔을지도 모른다. 후반의 빠른 교체타이밍도 좋긴 했지만 이강인은 교체가 아니라 깜짝 선발이었어야 했다.
조규성은 3차전도 분전이 이어진다면 내년에 분명히 빅리그 입성이 될 거 같다. 몸값 올라가는 소리가 벌써 장난 아니게 들린다.
벤투: 이럴거면 왜 이강인을 외면했나?
4년 내내 벤투의 선수선발과 전술의 경직성과 고집으로 수많은 전문가와 기자, 안목있는 팬들마저 이강인의 엔트리 제외 가능성을 걱정했다. 5:5의 가능성을 뚫고 다행히 엔트리엔 들었으나 벤투 성향상 선발이나 이른시간 교체 투입을 예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발렌시아에서 헤맨 기간에는 그렇다 치고 마요르카에서 스페인 진출 이래 최전성기를 찍고 국대 선수단 전체에서 기세가 가장 좋은데도 평가전 차출도 안하고 심지어 중요한 마지막 두번의 경기에선 단 1분도 출전하지 않았다.
현장의 분노한 관중들이 경기 종료후 이강인을 연호했을 정도다. 고집불통 벤투답게 인터뷰에서 연호에 관해 불쾌감까지 드러냈다.
이런 이유로 중용은 커녕 출전조차 의심하고 있었는데 1차전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간에 출전했고 2차전은 무려 후반 10분만에 교체 출전했다. 결과는 다들 아다시피 만회골 때, 가나 공 스틸 후 택배 크로스로 조규성 골 어시스트, 프리킥 찬스 때 골이나 다름 없는 슈팅.. 이게 들어갔으면 조규성과 공동 mom이었다.
출전 가능성도 의문이었던 선수를, 선발은 아니지만 그래도 출전시간을 늘려가며 비교적 이른 시간에 투입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나아가 2차전에서 깜짝선발을 정우영, 권창훈이 아니라 이재성, 이강인으로 했어야 했다. 근데 화가 나는 건 소속팀에서 날아다니는 선수를 왜 평가전에 차출도 안하고 불렀을 땐 1분도 출전시키지 않았느냐는 거다.
동료들과 공식경기 1분도 제대로 발 안 맞춰본 선수가 투입되자 마자 택배 크로스를 올리고 나중엔 위협적인 프리킥을 해냈는데 도대체 선수의 수준이 얼마나 좋아야 이게 가능한 건가? 이 잘하는 선수를, 맘에 안 들어도, 주변에서 그렇게 강추를 하면 한번 불러다 테스트 해봐야 하는 게 감독의 의무 아닌가?
아시아 예선 때, 본선 전 평가전 때 차출하고 제대로 기회를 줬으면 동료들과 많은 시간을 발 맞춰서,얼마나 호흡이 좋아졌을 것이며, 한국팀의 세트피스는 또 얼마나 좋아졌겠는가?
만약 한국팀이 조기 탈락한다면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는 아무 죄가 없다. 수많은 기회의 시간을 스스로 걷어차 버린 벤투가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
총평과 포르투갈전 간단예상
수많은 전문가가 예상한 대로 아프리카팀 특성에 고대로 당했다. 상대의 전력과 조직력에 당한 게 아니라 코너킥과 헤더 두 방에 무너졌고 흘리기가 아닌 헛발질에 재수없게 또 당했다. 상대의 패스웤이 아니라 솔로플레이 막느라 시간을 다 허비했다.
우리가 선취점을 얻고 지치지 않는 전방압박으로 상대 기를 꺾었으면 한없이 무너졌을 텐데, 어이없는 실점과 물러선 전방 압박으로 상대 기를 너무 세워 줬다. 동점 후에 시동이 걸리긴 했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역시 한국은 수비가 안되는 팀이라는 게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한국이 이기는 길은 수비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공을 잡으면 어떻게든 점유하고, 전방으로 신속하게 나아가고, 뺏겨도 지치지 말고 다시 압박해서 공을 탈취해야 한다. 한국은 수비안정성, 득점. 둘 다가 동시에 안되는 팀이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90, 98, 14 월드컵처럼 둘 다 가지려고 수비선 물리다가 대패하는 참사를 반복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은 공격이 최선의 방어고 한국축구의 핵심은 전방압박과 스피드투지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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